질문과답변

엘륄의 구원론에 관한 책이 있을까요?

이상민 0 2,510
엘륄이 '구원론' 만을 주제로 하여 쓴 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따라서 엘륄이 주장하는 소위 '보편구원론'에 대해 제가 아는대로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칼 바르트(Karl Barth)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신학자로 규정하는 엘륄은 신학 영역에서 바르트는 자신의 스승이며 신학을 고찰하는 방법을 자신에게 제시했다고 하면서, 자기 저서의 신학적이고 성서적이며 윤리적인 측면의 원천이 바르트에게서 비롯된 것임을 인정합니다. 엘륄이 강조하는 ‘하나님의 자유 안에서 인간의 자유’라는 개념도 “하나님의 자유 안에서 작용하는 인간의 역사를 만들기 위한 인간의 완전한 자유가 있다.”라는 바르트의 말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엘륄의 신앙 배경과 신학 사상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바르트 신학의 특징을 개략적으로나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르트 신학의 특징을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박만,『현대 신학 이야기』 pp.24-26.) 그 중 가장 큰 특징은 이것이 철두철미하게 하나님의 말을 존중하는 신학이라는 점입니다. 바르트는 신학의 과제가 ‘하나님이 말한다.’는 놀라운 사실 앞에서 두려움과 기쁨으로 그 말을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데 있다고 주장하면서, 하나님의 말 중심의 신학을 전개합니다. (*엘륄 역시 자신의 저서 『굴욕당한 말』La parole humiliee 에서 이와 같은 신학적인 주장을 폅니다.) 이와 동시에, 바르트는 이 말은 육신으로 온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라고 하면서, 철저한 그리스도 중심의 신학을 전개합니다. 그는 신학의 출발점도 귀결점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을 인간 구원의 하나님으로 계시한 하나님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증언하는데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그는 성서가 증언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결코 하나님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결단하면서, 이 결단 안에서 신학을 전개한 것입니다. 바르트 신학의 두 번째 특징은 이 신학이 지닌 교회성에 있습니다. 즉, 신학의 기능은 교회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을 제대로 분별하고 그 말대로 살아가도록 돕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바르트 신학이 지닌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이 신학이 하나님의 말로 시대를 인도하는 예언자적 신학이라는 점입니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여호와가 말한다.”는 확신 속에서 그 시대에 주어진 하나님의 말을 선포했듯이, 바르트 역시 하나님의 말로 시대를 분별하고 인도해 나갑니다.

엘륄은 바르트의 저서 『하나님의 말과 사람의 말』을 읽음으로써 받은 충격과 그 때 느꼈던 자유를 언급하면서, 바르트를 통해 성서에 대한 유연한 해석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토로합니다. 즉, 깔뱅(J. Calvin)보다 훨씬 덜 조직적일 뿐 아니라 완전히 실존적이기까지 한 바르트는 성서의 사상을 실제 경험과 직접 마주치도록 하기 때문에, 바르트 신학은 결코 이론뿐인 신학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바르트의 영향으로 엘륄은 하나님의 말로서 성서를 그 무엇보다도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또한 엘륄은 비합리적인 것과 비과학적인 것을 포함하여 모든 것은 오직 성서 텍스트 안에서만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이와 아울러, 그는 자유는 본질적인 것이며 하나님은 은혜로운 하나님인 동시에 우리를 해방시키는 하나님임을 보여주는 것이 바르트 사상의 핵심 목표임을 파악합니다. 다시 말해, 바르트는 은혜를 베풀 자에게는 은혜를 베풀고 자신을 계시할 자에게는 계시해 주는 지극히 자유로운 하나님의 자유 안에서 인간의 자유가 어떻게 역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엘륄은 ‘하나님의 자유 안에서 인간의 자유’에 대해 다음 같이 설명합니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구원되지 않는다. 인간은 기계처럼 강제에 못 이겨 하나님의 의지에 따르지 않는다. 역사 곧 ‘인간과 함께하는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된다. 하나님은 인간이 결국 ‘예’라고 말하게끔 하려고 많은 수단을 쓴다. 그것은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완만한 설득에 의해서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의지가 인간 안에서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인간에 달려 있지 않다. 그러나 하나님은 강요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바르트가 하나님의 자유 안에서 인간의 자유라고 부른 것이다!”(*『하나님은 불의한가?』Ce Dieu injuste...? p.48.)

엘륄은 이러한 바르트의 사상을 발견함으로써, 깔뱅의 영향으로부터 멀어집니다. 그는 깔뱅의 의심쩍은 예정론을 더 이상 믿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보편구원론’이 근본적으로 성서적이라는 생각을 내비칩니다. 즉, ‘보편구원론’이야말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어떤 기회도 전혀 가지지 못한 채 재난 가운데서 지내는 사람들을 거절할 수 없는 하나님을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비록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과 고백이 본질적인 것이라고 믿는다 할지라도, 이것들은 구원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결별과 삶의 갱신과 소망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엘륄은 자기가 ‘보편구원론’을 확신하게 된 이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명백한 신앙고백은 구원의 조건이 되지 못하므로, 구원은 언제나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며 은혜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장을 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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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정부주의와 기독교>를 읽었는데,
> 19페이지에 보편적 구원을 믿는다고 하며,
> 구원의 문제와 별개의 책임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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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 조건에 대한 엘륄의 생각이 궁금하고,
> 영적 실체 또한 부정하는 듯한 내용이 곳곳에 나오네요..
> 제가 오해한 것인지,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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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론에 관해 알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 일부만 나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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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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